1. 땀의 계절
최근 봄과 가을이 점점 짧아지고 추위가 가시는 듯 하면 바로 더위가 오고, 선선해지나 싶으면 바로 추위가 오기를 반복하곤 한다. 자동차를 운전하면서도 히터사용과 에어컨사용 사이의 완충기간이 거의 없이 어제까지는 히터를 오늘부터는 에어컨을 바로 켜게 된다. 잠깐의 목련 및 벚꽃이 엔딩 되면서 바로 여름나기를 준비해야하는 계절에 살고 있다.
여름은 더위와의 싸움이며 땀과의 공존을 거부할 수 없다. 계절과 관계없이 다한증으로 고생하는 분들도 많지만 평소에도 땀이 많은 편인데 특히 여름에는 일상생활하기가 어렵다고 호소하는 분들이 많다. 이런 분들께 약간의 도움을 드릴 순 있지만 억지로 땀을 나지 않게 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말씀을 드린다.
땀의 배출은 체온을 조절하는 중요한 기전이며 한의학에서는 혈한동원(血汗同源)이라하여 땀은 혈액과 같이 중요함을 강조 했다. 따라서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 철 손상된 기와혈을 보충하는 보약을 많이 처방하게 된다. 땀에 관련하여서는 전신성 한출(汗出)을 크게 자한(自汗)과 도한(盜汗)으로 나누어 각성상태에서 활동함에 따라 배출되는 땀을 자한이라 하였고 잠을 자는 동안 나도 모르게 땀이 난다하여 훔칠 도(盜)자를 사용하여 도한이라고 했다. 이 분류는 계절과 무관하게 흘리는 땀을 분류하는 기준이며 심한 자한과 도한은 치료의 대상이 된다. 항간에 여름엔 보약을 먹지 않는 것이라는 잘못된 이야기가 있는데 이것은 명백한 오해이며 낭설에 불과하다. 혈액과 같이 소중한 과정을 거쳐 정미롭게 생성된 땀이 많이 날수록 보법으로써 치료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체질적으로 소음인의 경우 과도하게 땀을 흘리면 질병으로 발전할 수도 있으므로 과도하게 땀이 났을 경우 한방의료기관에 찾아가 진찰해 보는 것이 좋다.
땀을 많이 흘린 후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는 것은 필수이며 우리 선조들은 생맥산이라하여 인삼, 오미자, 맥문동 등 세 가지 약재로 구성된 처방을 달여 음료대신 마시기도 했다.
2. 냉방병
근래 에어컨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필수 가전으로 자리 잡았고 에어컨이 없는 여름철의 실내 공간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문제는 쾌적한 실내 환경을 제공하는 에어컨이 반대로 우리 건강에 해를 주기도 한다. 여름철 과도하게 땀을 흘리는 것이 문제가된다고 전술했지만 과도하게 낮은 실내온도를 유지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실내외의 온도 차이가 많아지면 기초체력 소모가 많아져 피로감이 발생할 뿐아니라 냉방병이라 하여 여름철인데도 불구하고 겨울철에 발생할 수 있는 질환에 노출되기도 한다. 또한 에어컨은 실내 습도를 낮추기 때문에 호흡기가 건조해질 수 도 있다. 따라서 바깥온도와 연동하여 실내온도 조절을 해주어 실내외 온도 차이를 항상 유지할 필요가 있고 가끔 환기 또는 밖으로 나와 외기를 쐬어 주는 것이 좋다.
3. 음식
여름엔 따뜻한 음식, 겨울엔 찬 음식을 먹는 것이 오히려 건강에 유익할 수 있다. 여름철에 외부온도는 높은 반면 체감중심의 온도는 오히려 낮을 수 있기 때문에 복중을 따뜻하게 하고 음식물 섭취 후 발한(發汗)을 통해 체온이 내려가는 이러한 효과를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삼계탕에 들어가는 식품용 약재를 살펴보면 인삼, 황기, 대추 등이 대표적인데 인삼은 옛 선조들이 여름철 음료수 대신 마셨던 생맥산의 주요구성 약재이기도 하다. 인삼은 약성가에서 대보원기(大補元氣)라하여 우리 에너지의 근본인 원기(元氣)를 보한다고 설명하고 있으며 보비기(補脾氣)하여 소화기관의 기능을 원활하게 해준다. 황기는 인삼과 더불어 기를 보하는 대표 약재로서 땀을 줄이는 효능이 있으며 인삼과 황기가 함께 사용되면 보비기(補脾氣)의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땀을 흘린 후 허약해진 원기를 보하면서 자칫 찬 음식을 과하게 섭취하여 약해지기 쉬운 소화기관을 보호하는 이중의 효과가 있다. 또한 인삼과 황기는 생진(生津)의 효능이 있어 우리 신체의 음액 구성 성분인 진액(津液) 생성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어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 보양식으로 애용되는 것이다.
바야흐로 여름이다. 여건이 허락하는 한 적당한 야외활동으로 건강한 땀을 배출해주고 실내온도는 너무 과도하게 낮추지 않으며, 따뜻한 음식물과 보양식을 통해 건강한 여름을 지내보자고 제안하는 바이다.